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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철도에서 아름다운 이야기[중30, 정예성]
작성일시: 2009-12-02 14:04:51   
작성자 : 관리자(고)   

철도에서 아름다운 이야기

정 예 성
우송대 철도경영학부 교수, 경영학 박사

내 마음의 간이역

간이역!, 그 아름다운 상상 속으로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다. 그 중에서도 누런 황금빛 들녘을 달리던 기차가 보이는 그러한 마을이 고향이라면 기차와 오래된 역사(驛舍)에 어우러진 어린 날의 추억들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마음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그래서 언젠가는 꼭 한번 가 보고픈 우리의 고향역들이 언제부터인가 소리 소문 없이 우리의 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작년 시월의 마지막 밤, 그렇게 우리의 정든 고향역 하나가 우리 곁을 떠나갔다. 1957년 문을 연 함백역이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1993년 간이역으로 격하된 이래 쓸쓸히 자리를 지키다 기어이 철거되고 만 것이다.
함백역은 석탄산업이 영화를 누리던 그때의 자취는 간 곳 없고 옛 추억과 아픔만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함백역을 보존하여 문화벨트로 조성하던 지역주민들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필자도 1980년대 초 함백역에 근무하던 벗을 찾아 자주 들르곤 했던 곳으로 역 앞 쌍둥이네 가게와 안경다리 등 아련한 추억이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 모습마저 볼 수 없다니 아쉬운 마음이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9월27일 문화재당국은 전국에 있는 간이역 65개를 대상으로 문헌조사와 관계 전문가 현지조사를 통하여 역사적․건축적․서정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한 간이역 12곳을 문화재로 등록하겠다고 예고하였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하지 않는가?
그런데 필자가 알아 본 바로는 이러한 조사에 철도관계기관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조사에 참여한 관계전문가는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번에 지정된 간이역이 보존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도 아니고 그 분들을 폄하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간이역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주었다는 환영할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낳게 하고 있다.
첫째는, 철도마니아들이 뽑은 ‘가 볼만한 간이역 5곳’에 뽑힌 역들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함백역이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철도기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좀더 긴밀한 협의를 거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었더라면 함백역과 같은 아픔은 피할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로, 12곳 간이역에 대한 문화재 등록 이후의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에 선택되지 못한 간이역들은 어찌될 것인가를 생각하니 더욱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간이역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고향추억의 한 자락으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문화재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이번 조치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철도시설물의 역사적․문화적 가치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이라 기대해 보면서 여기에 덧붙여 철도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기여가 필요하다는 제언하고 싶다.
이제는 우리 곁에서 동해바다로 떠나던 ‘삼등 완행열차’도, 비둘기호와 통일호열차도 사라지고 없다. 그 옛날 기차 안에서 삶은 달걀을 까먹던 추억도 이제는 애써 생각해야 기억이 날 뿐, 각박한 일상에 매달리다 보면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라도 편히 쉬어 볼 틈조차 없다.
잠시 눈을 감고 고향역을 떠 올려 보자. 또, 어렸을 적에 엄마 손을 잡고 기차를 탔던 기억을 되살려 보자. 그리고 덜컹거리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에 무작정 올라타 어디론가 떠난다는 상상을 해보자.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너무나 즐겁지 않은가.
이번 주말 고향역에는 못 가볼지라도 하루쯤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간이역에라도 찾아봄이 어떨까 싶다. 가는 길에 이효녕 님의 ‘내 마음의 간이역’이라는 시도 한번 읊조려 보고 그 곳에서 오랜만에 시골밥이라도 한번 먹어보자. 막히는 도로에서 자동차 매연에 찌드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웰빙이 아닐까 싶다.

철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매일 반복되는 생활,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여건 등 하루를 전쟁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잠시 잠깐이라도 쉴수 있는 약간의 여유, 그리고 미소를 띠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일 것이다.
지난 학기,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주었는데 첫 번째 과제는 ‘자신의 시조(始祖)와 훌륭한 조상’에 대한 조사를 해 오는 것이었고 두 번째 과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것이었다.
이 과제는 필자에게 처음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으레 통과해야 하는 하나의 절차와도 같은 것인데 이러한 과제를 내 주는 이유는 자기의 뿌리를 앎으로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려는 의도이며,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과제는 우리가 평소 잊고 살아가는 인간사회의 따뜻함을 공유해 보자는 의미이다.
그 중에서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과제물을 받아 보면 대부분 세상에 이미 알려진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쩌다 자신의 가족에 대한 내용을 제출하는 학생도 있는가하면 아름다운 철도미담을 적어오는 경우도 있다.
철도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한다면 김행균 역장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아이를 구하고 자신의 두 발을 희생한 김역장의 이야기는 그 후에 더욱 빛났다고 할 수 있다. 두 발이 의족임에도 아테네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 5km 마라톤 완주 그리고 킬리만자로 등정과 같이 사회에 힘과 용기를 주는 일에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얼마 전부터는 철도현장으로 복귀하여 철도인 으로서의 사명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만류했던 일들을 보기 좋게 해 냈고 철도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김행균 역장의 삶은 아름다운 이야기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셨다. 한국사회의 정신적 버팀목이었고 스승이자 큰 어른이셨던 그분의 죽음에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였고, 애도와 추모의 물결을 두고 어느 언론은 ‘기적’이라 표현하기도 하였다.
언제 우리가 종교와 이념을 넘어 한 사람의 죽음에 이토록 절절한 목마름을 느낄 수 있었던가.
그분의 선종은 슬픔이지만 그분의 죽음으로 인하여 우리의 영육(靈肉)이 조금이나마 그리고 잠시나마 아름다움으로 씻겨진 한 주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사회는 선(善)하고 거룩한 한 주를 보낸 것이다.
그 분의 일생은 물질만능과 이기심, 경쟁과 권력욕으로 얼룩져 있던 우리사회에 약한 자, 가난한 자, 병든 자 그리고 힘든 자들의 편에 서서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 준 삶이었다.
연쇄살인과 용산참사 등으로 얼룩졌던 뉴스가 그분으로 인하여 사랑, 용서, 무소유 등과 같은 아름다움으로 채워졌으며 나아가 지금은 장기기증과 같은 사회 각계각층의 사랑 나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 분의 삶과 김행균 역장의 희생을 저울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을 희생했다는 점에서 대상과 범위가 다를 뿐이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김행균 역장이 철도인에게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철도인으로서 고객에 대한 봉사와 책임감일 것이다. 반면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한국사회에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남긴 메시지는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라는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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